김덕이여
이칭
검은데기여, 금덕이여, 금덱이여
정의
김덕金德이라는 해녀가 발견한 ‘여’에 관한 이야기.
내용
표선면 하천리 포구에서 바다로 약 4km 나간 곳에 바위섬이 있다. 조수의 간만에 관계 없이 늘 물속에 잠겨 있는데 김덕이라는 해녀가 발견하였다고 하여 ‘김덕이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여’는 이웃 마을인 신산리, 신풍리, 삼달리, 표선리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일대 사람들 사이에서는 ‘검은데기여’, ‘금덕이여’, ‘금덱이여’ 등으로도 불린다.
옛날 김덕이는 동네 해녀들과 함께 테왁을 짚고 헤엄쳐 물질을 나갔다. 그러다 갑자기 불어닥친 북풍을 만났다. 해녀들이 힘껏 헤엄쳐 바닷가로 나왔는데 물 밖으로 나와서 보니 김덕이 해녀만 보이지 않았다. 큰일이었다. 동네 청년들은 “어서 배를 준비해라, 김덕이는 바람에 쓸려 가버려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하면서 온 동네가 야단법석이었다. 그때 한 청년이 먼바다를 바라보니 물결 틈으로 까마귀만큼 작은 물체가 보이는 듯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것이 도저히 움직일 줄을 몰랐다. 강풍이 더 세차게 몰아치기 전에 일단 그곳을 향하여 어서 가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청년들은 그곳을 향해 힘차게 노를 저었다. ‘이엿사 이여도사나!’ 노를 저어가도 까마귀만 한 물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김덕이의 시체일지도 몰랐으므로 더욱 세차게 노를 저어 나갔다.
거의 가까이 이르러 보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지만 바로 김덕이었다.
“아이고, 어떻게 거기에…….”
“아이구, 고맙습니다. 여기는 그냥 설 수 있는 뎁니다.”
김덕이는 다행히 썰물을 만나서 여에 꼿꼿이 발을 디디고 서서 몸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김덕이라는 해녀가 이 여를 발견하였다고 하여 ‘김덕이여’라고 부르게 되었다. 김덕이가 올라서서 버텼던 여의 넓이는 무려 1만 평 정도에 달한다. 지금은 큰 어장을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초도 많아 이 마을의 보고로 여겨지고 있다.
특징과 의의
여는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가 조수간만에 따라 물 위로 노출되기도 하는 바위를 말한다. 해녀들이 물질을 나갔다가 갑자기 풍랑을 만나 조난당하거나 위험이 닥쳤을 때 여에 의지하여 생명을 부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김덕이라는 해녀가 발견했다고 해서 ‘김덕이여’라고 부르듯이 제주 바다밭의 수많은 여들이 해녀들에 의해 발견되어 그 지명이 명명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해녀들의 물질 경험에서 얻은 해양지식이 그만큼 풍부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해녀들이야말로 바다밭의 지리, 지형은 물론 생태환경이나 바다밭의 여러 지식을 잘 알고 지형·지물을 활용할 줄 아는 해양 전문가라고 할 만하다. 김덕이여는 1만 평 정도 되는 마을 어장을 이루고 해산물이 많이 나서 오늘날까지도 마을 해녀들에게 해양산물의 보고로 존재하고 있으니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참고 문헌
제주도, 《제주도전설지》, 1985.
제주특별자치도·제주연구원, 《제주문화원형-설화편 1》, 2017.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박물관, 《제주해녀의 생업과 문화》, 2008.
필자
양영자(梁永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