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터 헛것
정의
화장터의 귀신 이야기 또는 바깥물질 갔던 구좌읍 세화리 해녀들이 화장터의 귀신을 보았다는 이야기.
내용
고무옷이 보급되기 전 물옷을 입고 물질하던 시절에 제주해녀들은 집단으로 육지에 출가물질을 나갔었다. 제주해녀들은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한 바다에 5일씩 머물면서 물질을 했는데, 바닷가 등지에 천막을 치고 함께 생활했다. 이 이야기는 구좌읍 세화리 해녀가 동네 해녀들을 인솔하고 육지의 구룡포에 바깥물질을 나갔을 때 화장터에서 헛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다.
세화리 해녀들이 구룡포 세개 바다에 물질을 갔다. 마을 의 바닷가에 천막을 치고 물질을 시작하여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밤에 잠을 청하려는데 장대비가 쏟아졌다. 천둥이 치며 비가 거세게 내리니 천막 한 귀퉁이로 비가 새어 들었다. 해녀들의 인솔자는 당시에 자매가 함께 물질을 갔던 상황이라 모퉁이에 나란히 같이 누워 있었다. 비가 거세게 내리자 자매는 자신들이 있는 쪽으로 비가 새어 들지 않도록 장작을 세워 놓았었다.
가만히 누워 있는데 아랫마을에서 한 여자가 구슬프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자매는 혹시 아랫마을에서 아기가 죽었거나 누가 죽어서 이쪽으로 묻으러 오니까 여자가 따라오면서 저렇게 구슬프게 우나 보다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점점 이상하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몸이 으스스하고 소슬하게 무서움이 일었다.
조금 있으니 양복 입은 한 남자가 “이런 놈은 죽어야지. 죽어야 하지.” 하면서 해녀들이 천막을 친 곳으로 와당탕하게 엎어졌다. 그 남자는 감색 바지를 입고 고운 구두를 신은 멋쟁이였다. 비가 새지 않도록 세워놓은 장작 쪽으로 그 남자가 고꾸라지니 자매가 쓰러지는 장작에 머리를 맞았다. 얽어맨 밧줄이 풀리면서 천막도 무너져 버렸다. 그런데 이 남자는 멀쩡하게 흰 와이셔츠를 입은 채 천막 아래로 빠르게 기어가는 것이었다. 천막 아래를 쓰윽 지나간 남자는 바다 쪽으로 갔다.
천막 안의 해녀들은 바다로 간 그 남자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빠져 죽었으면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을까? 사람이 빠져 죽었으니 내일은 이 바다에서 물질을 못 하겠지?’ 생각했다. 해녀들은 자고 있던 남자들을 깨웠다. 당시에는 한 곳에서 5일씩 머물며 물질했으므로 남자들도 집에 가지 못하니 다 같은 천막에서 묵고 있었다. 어떤 남자가 바다에 빠져 죽은 건지, 우뭇가사리 말려 덮어놓은 것을 가져 갔는지 모르니 일어나서 좀 가 보라고 남자들에게 독촉했지만 남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인솔자 해녀는 자신이 마을 해녀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말이 아니었다. 사람이 바다에 빠져 죽었는데 물질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였다. 뒷날 아침에 여기서는 무서워서 절대 물질을 못 하겠으니 집에 가자고 하여 해녀들을 이끌고 사돈집으로 돌아왔다. 인근에 시어머니가 살았는데 왜 물질을 하지 않고 왔냐고 물었다. 어젯밤에 사람이 바다에 빠져 죽은 것 같다고 하였더니 거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바닷가 동네 이름이 ‘세개’라고 하니 “아이고, 화장터에 가서 천막을 쳤구나.” 하였다.
옛날 육지 사람들은 바닷가에 돌을 놓아서 거기에 바구니나 삼태기 같은 것을 걸쳐놓고 시신을 태운 후 그 잔해를 바다에 던졌다고 한다. 해녀들이 천막을 쳤던 곳이 바로 화장터 자리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더 겁이 났다. 그제서야 ‘헛것이로구나.’, ‘귀신을 봤구나.’ 깨달았다. 일반 사람이 보기에는 사람 닮아 보여도 사람이 아닌 헛것을 만났던 것이다. 사람 죽었던 자리에서 무엇인가를 하면 죽은 사람이 나와서 갑자기 추워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특징과 의의
제주해녀들이 육지로 나가 집단생활을 하며 출가물질을 했던 관행을 알 수 있다. 바닷가에 천막을 치고 5일씩 머물면서 공동생활을 했던 모습에서 물질집단의 공동체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인솔자가 동네 해녀들을 데리고 타지로 물질을 다녔으며, 물질 갔다가 그곳에서 혼인하여 친인척을 형성하였던 당시 해녀들의 풍속도 짐작할 수 있다. 육지의 바닷가 지역에서 이루어졌던 초장이나 화장 풍속을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원혼담의 주인공인 헛것이 양복 입은 신식 남자의 모습인 점은 설화적 소재로서 흥미롭다.
참고 문헌
제주특별자치도·제주연구원, 《제주문화원형-설화편 2》, 2018.
필자
양영자(梁永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