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파도


풍태 건지는 해녀들_사계리_1980년대_현을생

개관

해녀들은 같은 해역이라 하더라도 간만의 차에 따라 물질하는 장소를 가려서 하였다. 파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제주도 해녀 사회에서는 파도를 여러 갈래와 이름으로 나누어 인식하였다. 제주사회에서는 파도의 다른 이름이 꽤 많다.
우선, ‘누’와 ‘노’는 바다에서 이는 너울을 말한다. ‘누 일다’는 ‘너울이 일다’, ‘누 올리다’는 ‘배 위로 너울이 일다’라는 의미이다.
여름철에 날씨가 쾌청하고 바다가 잔잔한데 해녀들이 작업하지 않을 때가 있다. ‘마누’가 들었기 때문인데 ‘마누’는 여름철 남태평양에서 밀려오는 물결을 말한다. 마을 가까운 바다는 잔잔해 보이더라도 먼바다는 거친 물결의 파동으로 바닷속이 험악해진다. 이런 상태를 ‘마나숨 들었다’, ‘우렁쉬 들었다’고도 한다. ‘마나숨’은 어느 날 갑자기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며칠 전부터 먼바다의 울음소리를 들려주며 다가온다. 경험이 많은 해녀는 이 소리를 듣고서 언제쯤이면 마누가 마을 앞바다에 도착할지를 가늠한다고 한다.
조수의 명칭을 보면, 썰물은 ‘ᄊᆞᆯ물’, 밀물은 ‘들물’이라고 한다. 썰물이 진행되는 것을 가리켜 ‘ᄊᆞᆯ물이 간다’고 하고 썰물이 반쯤 진행되었을 때를 ‘반물쎄기’, 가장 썬 상태인 최간조를 ‘ᄌᆞᆺ세기’라고 한다. ‘ᄌᆞᆺ세기’까지 40분 정도가 해녀들이 작업하기에 최적의 상태인 ‘쌀물재기’, ‘물자기’이다. 물의 흐름이 멈추면서 바닷속이 매우 투명하여 해산물 채취가 용이하고 바다의 깊이도 약 2m 정도 얕아진다.
‘들물이 간다’는 말은 밀물이 진행되는 것이다. 밀물과 썰물이 맞닥뜨리는 상황을 ‘처시’라고 하는데 이때의 격렬한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익사할 위험이 있다.
‘ᄊᆞᆯ물재기’는 썰물이 진행되다가 밀물로 바뀌기 전의 상태를 말한다. ‘들물재기’는 밀물이 진행되다가 썰물로 바뀌기 전의 상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서물물찌’는 서물부터 여섯물까지의 물때로 해녀들이 가장 물질하기 좋은 물때이다. ‘웨살물찌’는 일곱물부터 아홉물까지의 물때로 이때는 물살이 빠르고 물밑도 어둡고 탁하기 때문에 물질이 곤란하다. 따라서 ‘웨살물찌’ 때는 해녀들이 물질을 피한다.


참고 문헌

고광민, 《제주도의 생산기술과 민속》, 대원사, 2004.
고광민, 《제주 생활사》, 한그루, 2016.
김순자, 《해녀‧어부‧민속주》, 글누림, 2009.
제주도, 《제주여성 전승문화》, 2004.


필자

고광민(高光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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