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바람


개관

바람은 기압의 변화 등에 따른 공기의 흐름을 말한다. 풍속이나 바람 방향에 따라 물질하는 해녀들은 그 활동에 규제를 받는다. 바람을 인지하는 능력은 바다에서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해녀들은 바람을 민감하게 살피고 경계할 수밖에 없으므로 바람 방향에 따라 일어나게 되는 상황도 예견하고 있어야 한다. 예기치 못했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해녀들은 대상군의 지휘 아래 작업을 중단하고 일제히 철수하기도 한다.
바람은 바닷가 사람들에게 유익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바람은 해조류를 뭍에까지 운반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어오면 먼바다에서 감태와 모자반 등 해조류가 바닷가로 몰려와 쌓인다. 그러면 마을사람들은 감태를 건져다가 화학제품용으로 수출하거나 밭에 깔아놓아 거름으로 이용하기도 하였으며, 모자반은 식용으로도 이용한다.
연평균 24시간 평균 풍속은 제주는 4.7㎧, 서울은 2.5㎧, 중강진이 1.3㎧으로 한국에서는 북쪽으로 갈수록 풍속이 낮아진다. 제주의 계절별 풍세風勢를 보면 폭풍(10㎧ 이상) 일수는 겨울이 36.7%로 가장 많고 봄이 27.3%, 여름과 가을이 각 17.9%로 나타난다. 태풍(17㎧ 이상)만을 보면 한반도는 연 1.5회이고 풍다 지역인 울릉도가 2.5회이나 제주도는 2.6회로 한국에서는 최다 지역이다. 제주도는 동서로 73km, 남북으로 41km의 타원형 섬이다 보니 남풍(마파람)이나 북풍(하늬바람)을 많이 받는다.
바람은 동서남북 방위와 관련된 이름들이 많은데 방위와 무관한 이름들도 있다. ‘육연풍’과 ‘ᄂᆞ릇(산꼬대)’은 뭍에서 바다로 부는 바람으로 가을에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다. ‘도껭이주제’는 갑자기 이는 회오리바람인데 ‘도껭이’, ‘돗궁이’, ‘돌껭이’라고도 한다. 갑자기 일어나는 폭풍은 ‘강쳉이’라 하고 세차게 거슬러 부는 바람은 ‘한전’이라고 부른다. 하늘에 ‘사스레기’(새털구름)가 일고 노을이 불긋불긋한 빛을 띠면 바다가 거칠어 간다는 말이 있다. 밤에 ‘사스레기’가 일면 비가 오고 낮에 ‘사스레기’가 일면 바람이 분다고도 한다.


지역 사례

서귀포시 중문동 해녀들은 ‘샛ᄇᆞ름’이나 ‘하늬ᄇᆞ름’이 불어올 때는 바다가 잔잔할 것으로 가늠하였다. ‘갈ᄇᆞ름’이 불면 바다가 드셀 것으로 가늠하여 조심하였다. 중문동 바다에서는 동짓달부터 음력 4월까지는 ‘샛ᄇᆞ름’이 부는 경우가 많았다. ‘마ᄑᆞ름’과 ‘샛ᄇᆞ름’이 불 때 제주도 북쪽지역의 바다는 잔잔하여 해녀들이 물질하기에 좋지만 제주도 남쪽지역의 바다는 거칠어 물질하기에 좋지 않았다.


참고 문헌

고광민, 《제주도의 생산기술과 민속》, 대원사, 2004.
고광민, 《제주 생활사》, 한그루, 2016.
송성대, 《문화의 원류와 그 이해》, 각, 2001.
제주도, 《제주여성 전승문화》, 2004.
진성기, 《남국의 민속: 제주도 세시풍속》, 제주민속연구소, 1990.


필자

고광민(高光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