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제주큰굿’은 제주지역에서 오랫동안 전승되어 온 굿으로, 그 안에 음악·춤·놀이 등이 한데 어우러지고 지역민의 살아온 내력이 온전히 담겨있는 종합적 형태의 무속의례이다. 제주큰굿은 오랜 역사적 내력을 지니고 있고, 우리나라 굿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으며, 제주지역 음악·춤·구비서사시·놀이 등을 다양하게 포함한 종합적 형태를 지니고 있다. 또한, 수많은 신(神)들을 초대하여 제청(祭廳)에 앉히는 의식부터 시작하여, 영신(迎神)-오신(娛神)-송신(送神)의 완벽한 제의적 형식미를 갖추고 있는 점, 열두본풀이로 전해지는 서사무가(敍事巫歌)에는 제주도 사람들의 천지창조·삶·죽음 등에 대한 관념들이 투영되어 지역민의 세계관을 온전히 확인할 수 있는 점, 사설은 과거 ‘제주 방언’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살아있는 제주방언 사전이라고 할 정도로 학술적으로 가치가 크다. 이러한 가치가 인정되어 2001년 8월 16일 제주도 무형문화재(현, 무형유산) 제13호로 지정되었고, 이후 국가에서 전승 보전할 문화자산으로서 높이 평가하여 2021년 12월 22일 국가무형유산으로 승격되었다.
전승 배경
제주큰굿은 보통 큰 심방을 포함하여 5명 이상으로 구성하여 짧게는 7일에서 길게는 대략 보름 정도 진행한다. 두 일뤠 열나흘 굿이라고 말은 큰굿의 규모를 일컫는 말이다.
제주큰굿의 연행 시기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제주(祭主)의 사정에 따라 택일하여 굿을 벌인다. 물론 특정한 시기가 정해진 경우도 있다. 시왕맞이를 중심으로 하는 굿일 경우 삼년상을 마친 뒤에 벌이는 것이 전통이다. 큰굿은 주로 우환을 풀어달라고 기원하는 목적으로 행해졌다. 집안의 우환은 조상이 한을 지닌 탓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여러 제차를 두루 갖추어 벌이되 시왕맞이가 확장되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큰굿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확장되어왔다. 다른 지역 굿이 일찍이 축소되온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오늘날 제주큰굿도 주거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규모가 축소되는 과정에 있다. 주거환경의 변화, 수요 감소가 주요인이다.
큰굿은 제주(祭主)의 집에서 벌이는 것이 원칙이나, 요즘에는 굿당에서 벌이는 사례가 많다. 민가에서 굿을 여러 날에 걸쳐 벌리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제주큰굿에는 무악기와 제주굿에서 전승되어온 모든 무악이 연행된다. 따라서 전반적인 책임을 맡은 수심방 외에도 소미 대여섯 명이 함께 참여한다.
내용 및 특징
제주큰굿은 심방(무당)집 신굿과 사갓집 큰굿으로 나눌 수 있다. 신굿은 신내림을 받고 심방의 자격을 부여받는 굿으로 초용례, 이신제, 삼신제, 대영례까지 마치면 큰심방의 자격을 얻는다. 이렇게 심방집에서 치러지는 큰굿은 대개 30일 정도 진행된다. 반면에 사갓집 큰굿은 일반인이 개인집에서 집안의 평안, 질병의 치료, 조상의 천도 등 소원을 빌기 위해서 치러지는데, 대개 14일 정도 진행된다. 그래서 두 일뤠(이레) 열나흘 굿이라고 하면 사갓집에서 이뤄지는 큰굿을 일컫는 말이다.
제주큰굿은 삼석울림으로 큰굿의 시작을 알린 후 초감제, 초신맞이, 초상계, 추물공연, 석살림, 보세감상, 불도맞이, 일월맞이, 초공 본풀이, 초공맞이, 이공 본풀이, 이공맞이, 삼공 본풀이, 젯상계, 시왕맞이, 요왕맞이, 세경 본풀이, 제오상계, 삼공맞이, 세경놀이, 양궁숙임, 문전 본풀이, 본향ᄃᆞ리, 영개돌려세움, 군웅만판, 칠성 본풀이, 각도비념, 말놀이, 도진, 가수리, 뒤맞이 등의 제차로 이루어져 있다.
삼석 울림은 대표적인 무악기인 북, 설쉐(꽹과리), 대양으로 늦인석(늦은장단), 중판(중간장단), ᄌᆞᆽ인석(빠른장단)을 차례로 연주하며 하늘에 굿의 시작을 고하는 순서이다. 다음 초감제, 초신맞이, 초상계까지는 형식을 달리하면서 제장으로 신을 거듭 청해 모셔 들이는 청신 의례이다. 다음으로 추물공연, 석살림, 보세감상은 신에게 제물을 받치며 대접하고 노래와 춤으로 신을 즐겁게 하는 공연 의례라고 할 수 있다. 불모맞이, 일월맞이, 초공본풀이, 초공맞이, 이공 본풀이, 이공맞이, 삼공본풀이, 젯상계에 이르는 과정은 기원‧영신 의례로 천상계에 속한 신들에게 기원한다. 시왕맞이, 요왕맞이, 세경 본풀이, 제오상계까지는 천도·해원 의례로 저승계에 속한 신들에게 기원하는 제차이다. 삼공맞이(전상놀이), 세경놀이, 양궁숙임까지는 오신 의례로 천상계와 저승계 어간의 신들을 놀리고 기원한다. 문전 본풀이, 본향ᄃᆞ리, 영게돌려세움까지는 가신·조상 의례이며, 군웅만판에서 뒤맞이에 이르는 부분은 송신 의례에 해당된다.
위와 같은 제차를 살펴보면 대체로 초공본을 풀면 초공맞이가 이어지고, 세경본을 풀면 세경놀이가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신의 내력담을 풀어낸 뒤에는 신을 맞이하는 의례가 진행되거나 신을 즐겁게 놀리는 놀이가 진행되는 구조를 두고 풀이+맞이, 풀이+놀이가 연속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큰굿은 제주 굿에서 사용되는 모든 무구를 사용하고, 그 굿의 목적에 필요한 모든 의례를 연속적으로 진행하는 종합제의이다. 제주큰굿은 경륜 있는 큰무당을 중심으로 하여 굿법을 지키며 진행되는 ‘두이레 열나흘(14일)굿’ 또는 ‘차례차례 재차례 굿’으로, 굿의 연행 기간이나 규모 면에서 가장 큰 종합적인 의례이다.
제주큰굿은 굿당의 설비를 모두 갖추어야 하며 여러 무당이 동원되고 며칠간 지속적으로 연행되므로 제주도 굿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제주큰굿의 진행과정은 우주의 모형으로 당클을 만들고, 모든 신들을 일제히 모셔들이는 초감제(청신의례)로 시작돼 공연의례, 기원 · 영신의례, 천도 · 해원의례, 오신의례, 가신 · 조상의례, 송신의례 순으로 진행된다. 큰굿에는 무가(巫家)에서 하는 신굿과 사가(私家)에서 하는 큰굿이 있다. 무가에서는 신길을 바로잡기 위하여 당주(堂主)의 길을 닦는 당주맞이의 여러 제차가 삽입되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총체적인 신굿을 하며, 사가에서는 당클을 사방에 매어서 하는 4당클굿을 한다.
제주큰굿에는 무악기와 제주 굿에서 전승해온 모든 무악이 연행된다. 따라서 전반적인 책임을 맡은 수심방 오에 소미도 대여섯 명이 함께 참여한다. 제주도 굿에 쓰이는 무악과 악기를 ‘연물’이라고 하는데, 북, 설쉐(꽹과리), 대양(징), 장귀(장구)로, 모두 타악기이다. 전문 악사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돌아가며 악기를 맡는다. 굿의 제차를 진행하면 심방이 되고, 제차를 끝내고 물러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굿의 진행을 도우면 소미(족은심방)이 된다. 심방 역할도 번갈아 가며 맡고, 수심방도 더러 무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다만 북은 기능을 갖춘 심방이 맡는다.
심방이 춤을 추면서 굿을 진행할 때는 북, 설쉐, 대양을 함께 치고, 연물을 갖추어 치는 것을 ‘ᄀᆞᆽ인연물(갖춘 연물)’이라고 한다. 심방의 춤에 무악이 따르는 경우는 대개 북, 설쉐, 대양 게 악기가 합주하고, 덕담이나 서우젯소리처럼 노래를 할 때는 북과 장귀를 치고, 본풀이를 구연할 때는 심방 혼자 장귀나 북을 치면서 구송한다.
전승 현황
제주큰굿은 2001년 8월 16일 제주도 무형문화재(현, 무형유산) 제13호로 지정되었고, 예능 보유자 고(故) 이중춘(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거주)에 의해 그 원형이 전승 보존되어 왔다. 고(故) 이중춘은 4대째 무업을 해 온 집안 출신으로 16세부터 굿법을 익혔으며 제주큰굿을 직접 주관하는 큰무당으로서 큰굿의 명맥을 이어왔다. 2011년 이중춘 사후에는 보유자가 공석이었으나 서순실(여, 1961년생) 심방이 전승교육사로서 전수교육, 공개행사 등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왔고 도내 큰굿 집전은 물론 내외 공연, 전시, 강연 등 제주큰굿을 널리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면서 전승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서순실 심방은 14살 때부터 심방인 어머니를 따라 무속에 입문했고 20대 후반부터 고(故) 이중춘 보유자의 제자로서 제주큰굿을 전수받았다. 40대에 이미 큰심방으로 인정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연행 능력을 갖추었고, 2020년 5월 27일 제주도무형유산 제주큰굿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그후 제주큰굿은 국가에서 전승 보전할 문화자산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인정받아 2021년 12월 22일 국가무형유산으로 승격되었다. 제주큰굿은 (사)제주큰굿보존회(회장 서순실) 단체종목으로 지정되었다. 현재 서순실을 비롯한 김돌산, 오용보와 같이 큰굿을 집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큰심방을 중심으로 회원 15명이 큰굿 전승과 보존의 맥을 잇고 있다. 제주큰굿보존회는 제주시 사라봉에 위치한 제주무형유산전수교육관에 사무실고 전수교육실을 두고 전수교육과 공연 등 기획행사를 하면서 제주큰굿 전승에 힘쓰고 있다.
의의 및 평가
‘제주큰굿’은 제주 지역민의 살아온 내력이 온전히 담겨있는 종합적 형태의 무속의례이다. ‘제주큰굿’은 오랜 역사적 내력을 지니고 있고, 우리나라 굿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으며, 제주지역 음악·춤·구비서사시·놀이 등을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 또한, 수많은 신(神)들을 초대하여 제청(祭廳)에 앉히는 의식부터 시작하여, 영신(迎神)-오신(娛神)-송신(送神)의 완벽한 제의적 형식미를 갖추고 있으며, 열두본풀이로 전해지는 서사무가(敍事巫歌)에는 제주도 사람들의 천지창조·삶·죽음 등에 대한 관념들이 투영되어 지역민의 세계관을 온전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사설은 과거 ‘제주 방언’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살아있는 제주 방언 사전이라고 할 정도로 언어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