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소라_대정읍_1987_서재철
학명
Batillus cornutus
방언
고동, 고둥, 구제기, 구젱기, 구젱이
정의
원시복족목 소랏과에 딸린 연체동물.
내용
소라의 껍데기, 즉 소라딱지는 원뿔 모양이다. 소라 딱지에는 ‘쌀’이라고 부르는 돌기가 여러 개 돋아 있다. 소라는 7층 나탑에 사는데 바위에 닿는 배가 넓은 발이 되어 활발하게 움직인다. 입속의 치설齒舌을 이용하여 감태나 미역 따위의 해조류를 먹고 자란다. 종에 따라 처음부터 돌기가 없는 것도 있다. 암수딴몸으로 생식소가 암녹색이 면 암컷, 유백색이면 수컷이다. 전복처럼 겉모습만으로 암수를 구별할 수는 없다. 소라는 성장 과정에 따라 ‘조쿠젱이(조쿠제기, 좁ᄊᆞᆯ구젱이) → 쌀구젱이(쌀고둥, 쌀구제기, 쌀구젱이) → 문둥구젱이(문둥구제기, 문둥구젱기, 민둥구제기, 민둥구젱기, 민둥구젱이)’ 등으로 부른다. 최근에는 크기에 따라 ‘대소라(큰고동, 큰구젱이), 중소라(중엣고동, 중엣구젱이), ᄌᆞᆫ소라’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삶아서 먹거나 촛국이나 구이, 죽의 재료로 쓰며 젓을 담그기도 한다.
쌀구제기_삼양동_2024_강영봉
조쿠제기_하귀2리_2007_김순자
문둥구제기_마라도_2024_제주학연구센터
지역 사례
소라의 방언형은 ‘구젱기’ 계열과 ‘구제기’ 계열로 나뉜다. ‘구젱기’ 계열은 제주시 동洞지역을 비롯하여 제주도 동부지역인 구좌, 남동부지역인 성산, 표선, 남원, 서귀에 분포한다. ‘구제기’ 계열은 서부지역인 한경, 한림, 서남부지역인 대정, 안덕, 중문에 나타난다. 한편 방언형 ‘고동’은 동부지역인 구좌, 우도, 성산에 분포한다.
특징과 의의
소라는 제주도 민요나 속담에 자주 등장한다. 민요에서 소라는 시아버지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시집살이 노래>의 “구젱기 닮은 씨아방에 암ᄐᆞᆨ 닮은 씨어멍에(소라 같은 시아버지에 암탉 같은 시어머니에)”나 “씨아방은 구젱기 넋이여 나를 보민 세 ᄃᆞᆯ각허고(시아버지는 소라 넋이야 나를 보면 혀 달각하고)” 등 노랫말에서 확인된다. 또 “구젱이 양재가 분 딱살에 게들레기가 들어앚나(소라 양자가 버린 소라딱지에 집게가 들어앉는다.).”, “파도 쎄젱 허민 민 오그라들곡 구젱긴 ᄌᆞ그믓이 ᄃᆞᆯ라부튼다(파도 세려고 하면 해삼은 오그라들고 소라는 지긋이 달라붙는다.).”, “칠월ᄃᆞᆯ 구젱긴 숨나(칠월 소라는 숨는다.).” 등의 속담이 있다. “칠월ᄃᆞᆯ 구젱긴 숨나.”는 소라의 산란기가 7~8월이기 때문에 소라가 산란을 위해 바위 밑으로 숨어든다는 의미다.
소라 부분 명칭_제주_2024_강영봉
소라 뚜껑은 석회질로 되어 있는데 그 크기가 100원이나 500원 동전만큼 해서 윷놀이나 땅뺏기할 때 말로 사용한다. 또 제기를 만들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소라딱지 안은 진주처럼 광택이 나기 때문에 자개나 바둑돌, 단추 따위를 만들기도 한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라의 부분 이름에서 생식소와 내장을 통틀어 ‘똥’이라 하는데 생소라인 경우는 그냥 내버리는 부분이다. ‘하찮은 거’, ‘별 볼 일 없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할 때 “ᄂᆞᆯ구젱이 똥(생소라 똥)”이라 표현한다. 소화기관인 맹낭盲囊(㉢)은 마치 주름치마처럼 주름이 잡혀 있어 ‘소중기, 소중의, 속곳, 수견’이라 한다. 쓴맛이 나서 소라를 맛있게 먹으려면 이 부분을 떼어내어야 한다.
<소라의 부분 명칭과 특징>
표준어 |
방언 |
비고 |
㉠소라딱지 |
구제기닥살, 구젱기닥살, 구젱이닥살, 닥살, 딱살 |
-7층 나탑 |
㉡(돌기) |
쌀 |
-‘쌀’: 쌀구제기 -‘쌀’ 없거나 마모: 소라의 방언형에 ‘문둥-’과 ‘민둥-’ 이 연결됨 |
㉢맹낭 |
소중기, 소중의, 속곳, 수견 |
-소화기관, 쓴맛 |
㉣몸통 |
ᄉᆞᆯ |
-식용함 |
㉤생식소 |
깍 |
-암녹색: 암컷 -유백색: 수컷 |
㉥(뚜껑) |
구젱기닥지, 돈, 바독, 바둑, 장군, 장귀, ᄐᆞᆨ베기 |
-석회질 뚜껑 -밖: 흰색 나선형, 과립 -안: 갈색 무늬, 편평함 |
㉦(내장) |
(똥) |
-먹지 않음 |
참고 문헌
권오길 외 2명, 《원색 한국패류도감》, 아카데미서적, 1993.
김순자, 《제주도 방언의 언어지리》, 도서출판 각, 2020.
제종길 외 4명, 《우리바다 해양생물》, 다른세상, 2002.
최병래, 《한국동식물도감》(제33권 동물편 (연체동물Ⅱ)), 교육부, 1992.
필자
강영봉(姜榮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