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전복


전복_마라도_2024_제주학연구센터

학명

Haliotis discus hannai


방언

점복, ᄌᆞᆷ복, ᄌᆞᆷ북, 생복


정의

원시복족목 전복과에 딸린 연체동물.


내용

전복은 긴 타원형이며 전복갑에는 호흡공呼吸孔이 3~5개 열려 있다. ‘눈’이라 부르는 호흡공은 그 주위가 위로 도드라지게 솟아올라 밋밋한 오분자기 호흡공과는 차이를 보인다. 야행성이 강하며, 암수딴몸이다. 전복갑과 몸체 사이인 외투강外套腔을 통하여 암수를 구분할 수 있다. 생식소가 암녹색이면 암컷, 유백색이면 수컷이다. 또 전복갑의 깊이가 깊으면 수컷, 얕으면 암컷이다. 해녀들은 이를 “암핏은 베짝허고 수핏은 옴소록허여(암전복은 바라지고 수전복은 옴팍해.).”라고 한다. 주로 암초 밑이나 바위 아래 붙어서 산다. 생복生鰒 또는 생포生包는 살아있는 전복을 말한다. 김려의 《우해이어보》에 “살아있는 것을 생포라 하고 죽은 것은 전복이라 한다. 포包란 방언으로 전복이란 말이다.”라는 기록을 참고할 수 있다. 바위에 붙어 있을 때는 부착력이 강하기 때문에 전복을 떼어내기 위해서는 ‘빗창’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전복은 고급 음식 재료로 전복구이, 전복회, 전복솥밥, 전복죽을 만들어 먹는다. 내장인 ‘게웃’으로는 젓을 담그는데 이를 ‘게웃젓’이라 한다. ‘게웃’을 넣어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전복은 진상품의 하나였다. ‘인복(납작하게 펴서 말린 전복. 장인복, 단인복, 세인복으로 구분함)’, ‘조복(가늘고 길게 썬 전복)’, ‘추복(말린 후 두들겨서 부드럽게 만든 전복)’과 ‘대전복’ 등을 진상했다. 《동국여지승람》(1481, 38권, <제주목명환>) ‘기건奇虔항’에, “일찍이 안무사가 되었을 때 고을에서 전복이 나는데 그것을 바다에서 따려면 백성들이 심히 고통으로 여겼다. 기건이 말하기를 백성이 고통을 받은 것이 이와 같은 데 내가 차마 먹겠는가 하고 마침내 먹지 않으니 사람들이 따라 먹지 않았다.”는 기록이 전한다.
해녀들에게 전복의 종류를 물으면 “암핏, 수핏, 마드레 경 잇어(암전복, 수전복, ‘마드레’ 그렇게 있어.).”라고 대답한다. 이처럼 전복은 암전복, 수전복, 암전복과 비슷하면서도 길쭉하고 껍데기가 울퉁불퉁한 모양의 ‘마드레’로 구분할 수 있다.

 

암핏(왼쪽)과 수핏(오른쪽)_삼양동_2024_강영봉


암핏은 암전복을 말한다. 달리 ‘암천복, 암첨복, 암퉁이’라 하는데 전복갑 깊이가 얕고 생식소가 암녹색이다. 특히 방언형 가운데 ‘암핏’은 ‘암ㅎ+빗’ 구성으로 ‘빗’은 전복을 뜻하는 어휘다. 고려 때 기록인 《계림유사》의 “복왈필(鰒曰必, 전복을 ‘필’이라 한다.)”에서 ‘필必’을 [빗]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유구는 《난호어목지》에서 “그 살이 희고 푸른색을 띠고 있는 것이 수컷이고 붉은색을 띠고 있는 것이 암컷이다. 암컷이 맛이 더 좋다.”라 하였다. 해녀들의 “ᄀᆞ튼 깝이믄 암핏 먹으크라(같은 값이면 암전복 먹겠어.).” 하는 말과도 일치한다.
수핏은 ‘수ㅎ+빗’ 구성으로, 수전복을 말한다. 달리 ‘수천복, 수첨복, 수퉁이’라 하는데, 전복갑 깊이가 깊고 생식소가 유백색이다.
마드레는 ‘마드리, 머드레’라고도 하는데, 고묵은 전복을 말한다. 전복갑은 둥근 편이고, 겉은 울퉁불퉁하고 적이 돋아 있다. 해녀 사회에서는 ‘마드레’를 암컷도 아니고 수컷도 아니라고 인식한다. ‘마드레’에 대응하는 표준어는 없는 듯하다.
전복갑은 달리 ‘겁넝, 겁덕, 겁덩, 겁펑, 셍복겁데기, 전복겁덕, 전복조갱이, 조각지’ 등으로 나타나는데, 전복의 껍데기를 말한다. 열린 호흡공이 3~5개다. 겉은 갈색 또는 푸른빛을 띤 자갈색이고, 안쪽은 진주광택이 난다. 깊이가 있어 그릇으로 쓰였는데, 주로 비눗갑이나 불씨를 담아 나르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김이나 파래를 긁어내는 긁개로도 쓴다. 큰 것은 들일 갔을 때 냄비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때는 솜으로 호흡공을 막고 된장을 바르면 액체가 새지 않아 ‘ᄎᆞᆯ레(간이 센 젓갈 따위)’ 따위를 끓이기에 좋다고 한다. 전복갑은 물속에서 해산물이 있는 장소를 표시해 두는 ‘본’ 또는 ‘본조갱이’로 쓰이기도 한다. ‘본’, ‘본조갱이’는 해녀들이 전복 따위를 발견하고도 숨이 짧아 따지 못할 때 나중에 그곳을 찾기 쉽도록 그 위치를 표시해 두는 작은 전복갑을 말한다. 전복갑을 모아두 었다가 팔기도 했다. 깊이가 깊은 수컷 전복갑보다는 얕은 암컷 전복갑이 더 비쌌다고 한다. 예전 엿장수가 동네를 돌아다닐 때는 비누나 성냥, 엿 등과 바꾸기도 하였다.
또 새끼 전복은 지역에 따라, ‘꺼끄먹, 물메기, 빗제기, 설피역, 설피역새끼, 셈페, 셍피, 졸갱이’ 등으로 불린다. 전복은 고급 패류로, 암전복·암핏, 수전복·수핏, 마드레, 전복갑, 새끼 전복에 따른 명칭들이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역 사례

전복의 방언형 ‘점복’은 제주시 동洞지역을 비롯하여 제주도 동부지역인 우도, 표선과 서부지역인 안덕, 애월에 분포한다. 한편 ‘ᄌᆞᆷ복’은 제주 동부지역인 구좌, 남원과 서부지역인 한림에서 나타나며, ‘ᄌᆞᆷ북’은 비양도에서 조사되었다. 새끼 전복인 ‘꺼끄먹’은 성산과 표선, ‘빗제기’는 구좌와 우도, ‘설피역’과 ‘설피역새끼’는 남원, ‘셈페’와 ‘셍피’는 한경과 가파도에 나타난다. 우도에서는 ‘졸갱이’도 조사되었다.


참고 문헌

권오길 외 2명, 《원색 한국패류도감》, 아카데미서적, 1993.
김순자, 《제주 수산물 방언 자료집》,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2014.
양현성·최광식, 《제주도 조간대 해양생물》, 국토해양부·제주씨그랜트 사업단, 2011.
제종길 외 4명, 《우리바다 해양생물》, 다른세상, 2002.
최병래, 《한국동식물도감》(제33권 동물편(연체동물 Ⅱ)), 교육부, 1992.


필자

강영봉(姜榮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