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반

모자반_비양도_2022_강정찬
학명
Sargassum fulvellum
방언
먹는ᄆᆞᆯ망, 먹는ᄆᆞᆷ, ᄆᆞᆷ, ᄎᆞᆷᄆᆞᆷ
정의
모자반과에 딸린 바다풀.
내용
모자반은 갈색의 다년생 대형 해조류이다. 헛뿌리는 섬유 모양이나 인접하는 것들끼리 서로 붙어 원반 모양이 된다. 헛뿌리에서 짧은 원통 모양 줄기를 내고 이 줄기에 연령에 따라 1~3개의 중심 가지가 나온다. 중심 가지의 단면을 관찰하면 하부는 삼각형이며 중·상부는 골이 파인 사각형이다. 중심 가지의 세 모서리를 따라서 가지가 어긋나기로 나오고 말단 가지는 어긋나기로 난다. 잎은 짧은 자루로 가지와 연결되고 하부에서 긴 타원형으로 가장자리는 잔잔한 톱날 모양이며 질감은 가죽질이다. 중심 가지에 난 잎은 넓은 창날 모양이며, 가장자리를 따라 거친 톱날이 형성된다. 말단 가지로 갈수록 잎의 폭과 두께가 점점 감소하여 꼭대기 부분은 막질의 좁은 대나무 잎 모양이다. 중앙 잎맥은 잎의 내부에 매몰되어 희미하게 관찰된다. 공기주머니는 타원, 달걀 또는 공 모양으로 끝에 뾰족한 돌기가 있고 중심 가지에서 말단으로 갈수록 크기가 점점 감소한다. 암수딴그루이며 포자를 형성하는 가지는 옥수수 모양으로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진다. 암컷 가지는 수컷 가지보다 짧고 굵다. 조간대 하부에서 수심 10m 이내의 파도가 잔잔한 곳에 서식한다. 다년생으로 3~4월에 성숙하고 5~6월에는 상부 가지가 녹아 없어지기 시작하여 7월부터는 15~20cm 높이의 중심 가지들만 남아 있다가 수온이 내려가는 11월부터 급격히 자라기 시작한다. 2~3월에는 서식지에 따라 5m 이상 성장하기도 한다.
지역 사례
조천읍 신촌리 동동네 해녀들은 식용 모자반을 ‘ᄆᆞᆷ’이라고 하였다. ‘ᄆᆞᆷ’의 어기는 정월부터 음력 2월 초순이었다. 어장은 ‘큰코지’부터 ‘대섬’ 사이 비교적 수심이 깊은 곳이었다. 신촌리 동동네 해녀들은 일정 기간 모자반 채취를 금하였다가 동시에 땄다. 이곳 해녀들은 모자반을 따기 위해 잠수를 할 때 우선 물살과 바람의 상태를 가늠하였다. 모자반 따기에 적합한 물살과 바람일 때 잠수하여 ‘ᄌᆞᆼ게호미’로 모자반을 베어내면 모자반은 물살과 바람을 타고 갯가로 밀려들었다. 이것을 주워 모아 서로 나누었다.
서귀포시 하효동 해녀들은 식용 모자반을 ‘먹는ᄆᆞᆯ망’이라고 하였다. 하효마을 바다에는 식용 모자반이 나지 않기 때문에 정월에 인근 신례리와 하례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새규내’라는 건천乾川의 ‘냇깍’에 가서 식용 모자반을 채취하였다. ‘냇깍’에 있는 식용 모자반 어장은 수심이 깊어 기량이 뛰어난 상군해녀들만 물속으로 들어가 채취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나는 식용 모자반을 ‘냇깍ᄆᆞᆯ망’이라고 하였다. 1962년 1월 20일 수산업협동조합법이 생기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역 이외의 해산물은 다른 마을에 가서 채취할 수 있었다.
한경면 금등리 해녀들은 먹는 모자반을 ‘ᄎᆞᆷᄆᆞᆷ’이라고 한다. 금등리 해녀들은 먹는 모자반 채취를 금지하였다가 정이월 중에 허채하였다. 금등리에서 먹는 모자반의 어장은 ‘개창안’이었다. 금등리 해녀들은 먹는 모자반이 줄기나 잎이 뻣뻣하고 억세어 먹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을 ‘꽃피었다’라고 했다. 한경면 용당리 해녀들은 먹는 모자반을 채취해 된장을 담글 때 메주 아래 깔아두었다가 된장 이 익으면 꺼내어서 먹는 수도 있었다. 일종의 모자반 장아찌인 셈이다.
특징과 의의
제주도에서는 톳과 함께 대표적인 식용 모자반과(Sargassaceae) 해조류이다. 모자반은 제주도의 대표적인 식자재로 자리매김하였다. 제주사람들은 예로부터 돼지 키우기를 좋아하였고 잔치나 초상 등을 지낼 때 돼지고기는 필수였다. 돼지고기를 삶아낸 국물에 불린 모자반을 넣고 끓인 ‘ᄆᆞᆷ국’, ‘ᄆᆞᆯ망국’이 꼭 나온다. 돼지고기를 삶았던 국물과 모자반의 인연은 참으로 궁합이 잘 맞았다. 돼지고기를 삶아낸 국물이 모자반을 만나지 못하였다면 음식물 쓰레기가 되었을 것이고, 모자반은 밭의 거름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모자반으로 끓인 국은 쓸모없던 것끼리 만나서 새로운 맛을 창조한 음식 문화였다. 윗부분은 부드러워 무침 나물로 사용하거나 말려서 저장해 두면서 국거리와 무침 재료로 사용하였다. 아랫부분은 단단하고 질겨서 장에 담가 장아찌로 먹기도 하였다. ‘ᄆᆞᆷ쿡(모자반국)’, ‘ᄆᆞᆷ치(모자반장아찌)’, ‘ᄆᆞᆷ차반(모자반자반)’의 주재료다. 과거 제주도 전 연안에 걸쳐 풍부하게 생육했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생육지가 점점 축소되어 상업적으로 수확하는 어장은 북촌, 함덕, 종달, 성산, 우도 등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이 해조류 군락 복원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참고 문헌
강정찬 외, 《제주도에 서식하는 모자반류》, 만타스마린랩, 2019.
고광민, 《제주도의 생산기술과 민속》, 대원사, 2004.
고광민, 《제주 생활사》, 한그루, 2018.
김명숙 외 4명, 《제주 우도의 해조류 다양성》, 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2022.
이기완, <제주도 해양생물의 지방명-1. 조류>, 《해양 과학연구소 연구논문집》 5, 제주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 1981.
제주특별자 치도·제주섬문화연구소, 《제주도해녀문화총서Ⅰ》, 2019.
필자
강정찬(姜丁巑), 고광민(高光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