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해녀들


《해녀들》_2017_허영선

정의

허영선이 2017년에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시집.


내용

허영선(1957~ )의 《해녀들》은 제목대로 여러 ‘해녀들’의 이야기를 50편의 작품으로 담아낸 시집이다. 허영선은 시집 말미의 산문 <그늘은 물에서 시를 쓴다>에서 제주해녀와 관련 하여 “백파에 몸을 던지는 순간 그들은 시였다. 바다에 드는 순간부터 시였다. 그들은 물에서 시를 쓴다.”면서 “나는 그들의 시를 받아 적는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온몸으로 써내려간 해녀들의 역사와 현실과 삶을 지근거리에서 고스란히 포착했다는 것이다.
제1부 ‘해녀전’의 작품들은 김옥련, 고차동, 정병춘, 덕화, 권연, 양금녀, 양의헌, 홍석낭 등 유명·무명의 21명 해녀에 대한 구술 생애사를 연작 형식의 시로 전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해녀전’ 연작 전체는 해녀들의 집단 기억이자 제주 민중의 공동체 역사 이야기로 해석된다. 개별 시들은 해녀 각자의 신산한 생애를 다룸으로써 그 삶의 세목들은 차이를 드러내지만 연작 전체는 1932년 해녀항쟁과 4·3사건 등의 현대사를 공유하는 지역민으로서의 기억과 정서를 담아낸다. 해녀항쟁 주모자 김옥련에 대해서는 “이미 물의 지옥 견뎌본 자,/ 바당 물질 그만큼만 참으면 되지/ 견딜 만큼 견디다 숨비소리 내면 되지”(<해녀 김옥련 2>)라며 물고문을 당할 때의 굳센 대응을 담아내고, 함께 항쟁에 나섰던 고차동의 경우 “여덟 살에 갓물질 열네 살에 강원도 통천 바당/ 흐린 세월 물질로 풀며 돌다/전국 팔도 포목상 잡화상 오사카 비단장사/ 보따리 하나 들고 뱅뱅”(<해녀 고차동>)이라고 파란곡절한 생애를 압축한다. 4·3 시기에 <해녀 김승자>의 주인공은 아비 대신 축성 작업 갔다가 돌더미에 깔렸고 <해녀 양의헌 1·2>의 주인공은 일본으로 밀항해 수십 년 동안 파란곡절한 생애를 살았다.
제2부 ‘제주해녀들’에 실린 시들의 제목에는 ‘우리’란 말이 많이 나온다. 이 시편들에서는 해녀들이 겪은 고초와 심정을 시인의 개성적 목소리로 표현하되 여러 해녀들의 목소리와 삶에서 길어 올림으로써 집단의식이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시적 화자들은 자주 ‘우리’ 해녀들로 발화한다. 예컨대 <우린 몸을 산처럼 했네>에서는 “밀어닥친 흉년에도 우린 몸으로 ᄆᆞᆷ을 했네/ 숨을 곳 없던 시절에도/ 아무런 밥 없던 시절에도/ 우린 몸을 산처럼 했네/ ᄆᆞᆷ 삽서/ ᄆᆞᆷ 삽서/ 우린 ᄆᆞᆷ을 팔았네”라면서 “내 몸과 네 몸이 하나가 되어” ‘ᄆᆞᆷ(모자반)’을 채취하고 팔아가며 삶을 영위하던 것이 ‘우리’ 해녀들의 몸에 새겨진 역사임을 증언한다.


특징과 의의

이 시집은 시로 쓴 해녀 열전이라고 할 수 있다. 고은 시인이 <추천의 글>에서 “이제서야 제주도의 삶으로부터 제주도의 시가 세상의 형식 위로 솟아올랐다.”
고 밝혔듯이 뜨거운 기질을 지닌 제주해녀들이 겪어온 물질 작업의 고통과 제주 현대사의 아픔을 유효적절하게 결합하여 승화시킨 작품들을 엮은 시집으로 평가된다.


참고 문헌

노대원, <현대 서사 문화 속의 제주해녀>, 《한국언어문학》 103집, 한국언어문학회, 2017.
최재봉, <숨이 팍 그차질 때 터지는 그 소리, 숨비소 리>, 《한겨레》, 2017년 7월 20일자.


필자

김동윤(金東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