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슬픈 해녀여


정의

김이옥이 1940년대 초반에 일본어로 쓴 시.


내용

제주시 이도동 출신의 김이옥(金二玉, 1918~1945)은 소년 시절부터 일본에 드나들었고 주로 일본에서 공장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운데 창작 활동도 병행하였다. 김이옥이 1944년 11월 귀향했을 때 그동안 일본어로 써 두었던 47편의 시를 친구인 최길두에게 보여주자 최길두가 그 시들을 노트에 옮겨두었다. 그 표지에 ‘시집, 흐르는 정서, 황야경작 지음詩集, 流る情緖, 荒野耕作著’이라고 적어놓았는데, 출판은 못했지만 그대로 한 권의 시집처럼 남겨진 것이다. 김이옥은 1945년 해방 직전 일본에 머물고 있을 때 화재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때 그가 써 두었던 시와 소설들도 잿더미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1946년 1월 제주에서 발간된 잡지 《신생新生》에 그를 추모하는 글과 몇 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이것은 그의 시를 보관해 두었던 최길두가 번역하여 실은 것이었다. 김이옥의 시들 중 <슬픈 해녀여>를 비롯한 10편의 작품이 제주대학교 탐라 문화연구소에서 펴낸 《제주문학-1900~1949》(1995)에 김난희의 번역으로 수록되어 있다.
김이옥은 제주의 해녀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진 시인이었다. <슬픈 해녀여>에는 어린 해녀의 모습이 안쓰럽게 그려진다.
급하게 흐르는 물살이 바위를 때리면/ 어두운 램프에 떠올라 보인다./ 검은 얼굴에 눈시울을 적시고 있는/ 슬픈 처녀여.// 나이 어린 처녀로/ 멋 부리려 사온 치마를 벽에 걸어 두고/ 바다에 사노라면/ 나오는 것은 가느다란/ 휘파람 소리.(<슬픈 해녀여> 전문)
어린 여자아이들이 흔히 그렇듯이 아마도 10대 후반 정도의 해녀는 한껏 멋을 부리고 싶은 마음에 예쁜 치마를 사 왔다. 그러나 그것을 입고서 제대로 맵시를 뽐내 보기도 전에 벽에 걸어둔 채로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린 해녀의 생활과 처지를 바라보는 김이옥의 시선은 매우 애처롭다. 이는 동시대를 살았던 제주 사람들의 시각이고 정서이기도 할 것이다.
김이옥은 <해녀1>과 <해녀2>도 썼다. <해녀1>에는 “해녀야/ 춥지 않느냐.// 이른 봄 찬 바다에/ 처녀의 벗은 몸을 내 던져/ 영차 영차 가는 곳은 어디냐.// 바다 밑에 있는/ 전복과 소라의 나라에는/ 님은 기다리지도 않는데/ 검은 몸뚱이의 풍만함이 애처롭구나.”에서 보듯이 이른 봄에 차가운 바다로 물질하러 가는 여자아이의 모습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화자의 심경이 진술되어 있다. 전복과 소라가 있는 바다 밑에 임이 기다리지도 않건만 몸뚱이를 그곳으로 내던지는 모습이 애처롭다.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임을 그리워하면서 한창 꿈에 부풀어야 할 여자아이가 생활을 위해 반나체로 물질해야 하는 상황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해녀야/ 휘파람을 불어라./ 파도가 삼키는 애절한 휘파람을.// 해녀야/ 테왁을 안아라./ 님을 품어야 할 빈 가슴에/ 생활을 의지하는 차가운 테왁을”이라고 그린 <해녀2>라는 시도 주목되는데 여기서 ‘테왁’과 ‘숨비소리’는 해녀의 삶을 상징한다. 생계를 위해 바다에 들어가야만 하는 해녀들은 물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해 나오면서 숨비소리로 생존의 숨을 내쉬고는 이내 테왁을 안고 버텨야 한다. 그 휘파람은 임을 향해 정겹게 내보내는 소리가 아니요, 빈 가슴에 품어야 하는 대상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님이 해녀의 엄연한 현실이다.


특징과 의의

김이옥의 <슬픈 해녀여>를 비롯한 시에서는 어린 해녀들을 주목하는데, 발랄한 청춘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그들의 비애를 잘 포착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물질하는 해녀들을 바라보는 화자의 애처로운 심경에는 제주 사람들의 심경이 겹쳐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생활인으 로서의 해녀의 삶이 그만큼 고단하다는 인식의 반영인 것이다.


참고 문헌

김동윤, 《제주문학론》, 제주대학교 출판부, 2008.
김병택, 《제주 현대문학사》, 제주대학교 출판부, 2005.
김영화, 《변방인의 세계: 제주문학론》, 제주대학교 출판부, 1998.


필자

김동윤(金東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