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미역


미역_우도_2024_제주학연구센터

학명

Undaria pinnatifida


방언

메역


정의

나래미역과에 딸린 바다풀.


역사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1762~1836)은 《경세유표》(14권)에서 “제주도 산 미역은 조선 사람 절반이 먹는다.”고 기록하였다. 특히 서해안 쪽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제주도의 미역을 많이 먹었다. 한반도의 남해안과 동해안에는 미역이 많이 난다. 1970년대 초까지 제주도의 생명 산업은 미역이었다. 1968년 전후 한반도 일부 어촌에서 양식 미역이 생산되면서부터 오랫동안 생명 산업으로 자리매김하였던 미역 채취는 제주해녀 사회에서 차츰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내용

미역은 황갈색에서 암갈색의 계절성 대형 해조류로 암반에 한 개체씩 붙어 자란다. 헛뿌리는 손가락 모양으로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사방으로 확장한다. 헛뿌리에서 두껍고 납작한 줄기 하나를 내고 줄기의 상부에서 넓고 편평한 막 모양의 엽상부를 낸다. 엽상부는 넓고 긴 타원형이며 양쪽 가장자리를 따라 날개 잎들이 발달하는데 이 날개 잎은 분지하지 않는다. 엽상부의 중앙을 따라 두껍고 납작한 띠 모양의 잎맥이 뚜렷하게 발달하며 이 잎맥은 줄기와 연결되어 있다. 포자엽은 줄기의 가장자리를 따라 납작하게 층을 이루며 주름진 목도리 형태로 발달한다. 질감은 가죽질이며 엽상부 표면의 점액질에 의해 매우 미끈거린다. 조간대 하부에서 조하대 수심 10m 범위에서 잘 관찰되며 5m 내외 얕은 수심대에 많은 개체가 모여 군락을 이루기도 한다. 성숙 시기는 서식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4~6월에 포자를 방출한 후 녹기 시작하여 8월부터 11월까지는 관찰되지 않는다. 12월부터 어린 미역을 관찰할 수 있다. 제주도 해녀 사회에서는 “산디굽에 메역 난다(밭벼그루에 미역 난다.).”는 말이 전승된다. 밭벼는 상강(10월 23일경) 때 거두어들이므로 이때부터 미역 싹이 트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지역 사례

미역은 서식지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애월읍 고내리 해녀들은 ‘먹돌메역’과 ‘엿메역’을 서로 구분한다. ‘엿메역’은 바닷물 속에 잠겨 있거나 조수가 크게 썰 때 드러나는 갯바위에 붙어 자라는 미역이다. ‘먹돌메역’이 길쭉하게 생겼다면 ‘엿메역’은 펑퍼짐하게 생겼다. 애월읍 신엄리 해녀 사회에서는 ‘먹돌메역’은 ‘기정’에서 나고, ‘엿메역’은 ‘중여’에 난다는 말이 전승된다. ‘기정’은 낭떠러지이고, ‘중여’는 신엄리 해녀탈의장 앞에 있는 ‘여’ 이름이다. 신엄리 해녀 사회에서는 음력 3월에 ‘엿메역’을, 음력 5월에 ‘먹돌메역’을 채취하였다.


특징과 의의

미역은 서식지에 따라 모양과 질감에 차이가 크다. 파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형의 조간대 하부에서 얕은 수심에 서식하는 개체들은 엽체 두께가 얇고 폭이 좁으며 표면이 매끈하다. 또한 날개 잎이 길게 자라고, 색깔은 암갈색에 가깝다. 반면 파도의 영향이 적은 곳의 조하대에 서식하는 개체군은 엽상부가 더 넓고 두꺼우며 표면은 울퉁불퉁하다. 또 날개 잎이 짧으며 색깔은 황갈색으로 더 밝은 색깔을 띤다. 파도가 센 곳에 자라는 개체군이 더 치밀하고 탄성이 있으며 떫은맛이 덜하다.
미역은 형태에 따라 북방형(가늘고 긴 선형)과 남방형(넓은 장타원형)으로 구분하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모두 하나의 같은 종으로 여긴다. 미역은 제주도 전 연안에 생육하고 있으나 최근 마라도, 가파도, 서귀포 등 남부해역의 어민들을 중심으로 미역의 생육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미역은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한 북서태평양이 원산지이나 최근 유럽, 아메리카, 호주, 뉴질랜드 등 전 세계로 확산하여 생태학적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알려졌다.
제주도 해녀들은 바다의 층위에 따라 미역을 구분하기도 한다. 미역은 조간대潮間帶와 점심대漸深帶에서 자란다. 조간대에서 자라는 미역을 ‘벤곽[邊藿]’, 점심대에서 자라는 미역을 ‘수심초’라고 한다. ‘벤곽’은 달리 ‘ᄀᆞᆺ메역’이라고도 한다. 바닷가 미역이라는 말이다.

ᄀᆞᆺ메역: 조간대 하층 갯바위에 붙어 자라는 미역. ‘벤곽’이라고도 한다. 제주도 북서부 지역에서는 “‘ᄀᆞᆺ메역’ 하영 나민 ‘물마가지’ 뒈엉 시절 궂나!”라는 말이 전한다. ‘물마가지’는 장마가 그쳤다고 믿고 조 농사를 지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비가 내리는 바람에 그르친 조 농사라는 말이다. 곧 천기 예측이 맞아떨어지지 않은 시절에는 ‘ᄀᆞᆺ메역’이 많이 나는데, 이때는 시절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제주도 바다에서 미역은 수심 10m의 갯바위에 많이 붙어 자라는 것이 일상인데, ‘ᄀᆞᆺ메역’이 많이 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은 일이다.
엿메역: 바닷물 속에 잠겨 있거나 조수가 크게 썰 때 드러나는 갯바위에 붙어 자라는 미역. 제주도 해녀들은 성숙의 정도에 따라 미역을 구분하기도 한다. 초조곽超早藿, 조곽早藿, 만곽晩藿이 그것이다. 초조곽은 매우 빨리 성숙하는 미역이고, 조곽은 빨리 성숙하는 미역, 만곽은 늦게 성숙하는 미역이라는 말이다.
초조곽: 바다 수온이 따뜻하여 다른 바다에서보다 매우 빨리 자라는 미역.
조곽: 바다 수온이 따뜻하여 다른 바다에서보다 일찍 자라는 미역.
만곽: 바다 수온이 차가워서 다른 바다에서보다 늦게 자라는 미역.
밀메역: 미역을 따고 난 밑동에서 덧나고 자란 자잘한 미역. 보통 음력 5월쯤에 채취한다. ‘밀메역’은 ‘보리메역’과 대응된다. 구좌읍 하도리 해녀 사회에서는 ‘밀메역’으로 여름 농사의 흉풍을 가늠하는 일도 있었다.
보리메역: 바닷물 속에 있는 단단하고 미끄러운 돌멩이에 붙어 자라는 보통 미역보다 자잘한 미역. 냇가나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아주 단단하고 미끈한 돌멩이인 ‘먹돌’이 많이 깔린 바다에서 자라는 미역이라고 해서 일부 지역에 서는 ‘먹돌메역’이라고도 한다.

 


참고 문헌

고광민, 《제주도의 생산기술과 민속》, 대원사, 2004.
고광민, 《제주 생활사》, 한그루, 2018.
김명숙 외 4명, 《제주 우도의 해조류 다양성》, 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2022.
이기완, <제주도 해양생물의 지방명-1. 조류>, 《해양과학연구소 연구논문집》 5, 제주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 1981.
Lee & Yoon , 《Algae》 13(4), 1998.


필자

강정찬(姜丁巑), 고광민(高光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