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독도해녀


박오랑 해녀 울릉도 물질_1950년대_해녀박물관 제공

정의

독도에 살며 물질하였던 제주해녀.


내용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의 각지로 뻗어나간 제주의 출향해녀들은 울릉도를 거쳐 독도에 이르렀다. 19세기 말 해산물 시장경제가 발달하면서 뱃사공과 한 무리의 해녀들이 배를 타고 남해·동해·서해의 연안과 도서지역의 바닷길을 따라 북상을 거듭하였다.
독도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암석 섬이지만 연안 바닷속은 해산물이 풍부한 어장이었다. 1947년 미군정청의 허가를 받은 울릉도 어민 일가족과 해녀 14명이 포항에서 출발하여 울릉도를 거쳐 독도의 서도에 상륙해 두 달간 미역 채취작업을 했다. 이런 식의 미역 채취작업은 3년간 지속되었다. 이 작업은 6·25전쟁의 발발로 중단되었다가 1952년 <수산업법>이 제정되고 이듬해 독도의용수비대가 독도의 서도에 상륙한 후 제주해녀를 모집하여 독도의 미역을 채취하고 그것을 주둔 경비로 충당하였다. 독도의 용수비대가 생기면서 제주해녀들은 본격적으로 미역을 채취하면서 이들과 협력적관계를 형성하였던 것이다.

 

울릉도 출어 부인 기념비(1956)_해녀박물관 제공

 

1956년까지 독도의용수비대가 주둔하는 동안 제주해녀들은 서도의 작은 굴(몰골)에서 나오는 물을 식수로 사용하며 미역을 채취하였다. 1957년 이후에는 수비대의 일원이었던 한 사람이 어장을 매입하여 미역 채취를 지속할 수 있었다.
독도어장은 경북면허 128호로 울릉도 도동어촌계의 공동어장 185.4ha 중 140ha를 차지하는 큰 어장이다. 울릉도 어장은 오징어잡이로 특화된 반면 독도 어장은 어업권자가 해녀를 모집하여 미역을 채취함으로써 제주 출향해녀들의 주요 어장이 된 셈이다. 해녀들은 어린아이와 업저지까지 데리고 독도에서 미역을 채취했다.
해녀들이 제주도에서 독도까지 이른 것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해녀 인구가 늘어난 반면 해방 이후에는 물질할 수 있는 어장이 협소했기 때문이었다. 1953년에서 1962년까지 울릉도 어획량이 크게 증가한 것도 제주 출향해녀들의 유입에 따른 것이었다.
1971년 김녕리 김영자 해녀는 제주의 동서쪽 마을 15명의 해녀들과 사공과 선주를 포함한 남자 8명과 함께 100일간 독도에 머물며 미역을 채취하였다. 미역채취로 4만 5천 원을 벌어 800평의 밭을 샀다. 1970년대에는 잠수기어업이 독도 어장에 도입되면서 행원리 고순자 해녀가 13년간 독도에서 잠수기어업에 종사하였다. 이후에는 독도 주민 김성도와 제주해녀 김신열이 독도 어장을 지켰다. 2023년 가을 울릉도 도동항에서 첫 울릉도해녀문화축제가 열렸다. 2024년 울릉도에는 4명의 제주해녀가 물질하고 있다.


특징과 의의

한국 해녀의 전체 역사를 통틀어 제주 출향해녀들의 역사와 독도해녀의 존재는 대한민국 영토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국 전쟁 이후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 영토수호를 위해 조직된 민간단체인 독도의용수비대가 독도에 주둔하였고 독도의용수비대의 체재 경비를 제주해녀들이 미역채취를 통하여 충당할 수 있었다. 국가 차원에서 대한민국 영토임을 보여주는 ‘실효적 지배’의 정당성이 독도해녀들의 물질로 입증되었다. 민간인들의 영토수호 의지와 여성들의 생업노동에 기반하여 독도의 역사와 문화가 지켜졌다. 1980년대 초반까지도 제주 여성들은 거주가 힘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독도해녀로서의 삶을 살았다. 작은 굴의 식수에도 감사하는 수신제를 지내면서 독도라는 작은 섬에 전통문화의 생명력을 부여하기도 했다. 독도해녀는 변경邊境으로 출향한 제주해녀들의 다른 이름이면서 제주 여성의 기상과 문화 저력을 보여주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참고 문헌

김수희, <독도어장과 제주해녀>, 《대구사학》 제109호, 대구사학회, 2012.
김영돈, 《한국의 해녀》, 민속원, 1999.
안미정, 《한국 잠녀, 해녀의 역사와 문화》, 역락, 2019.
이태우, <독도의용수비대 활동의 주민생활사적 의미: 제주해녀의 ‘구술증언’을 중심으로>, 《독도연구》 제32호, 영남대 독도연구소, 2022.
제주교육박물관, 《교육열정, 제주해녀문화》 전시, <출향 제주해녀 사진 및 조사연구보고서>, 2017.


필자

안미정(安美貞)